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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일요일, 벤슨 핸더슨 (31, 레지오엑스)이 웰터급의 신성 브랜든 태치를 꺽고 상위체급에 대한 정찰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태치는 신장이 188cm로 핸더슨 보다 13cm 더 높았다. 체급도 한계체중이 77kg인 웰터급으로 핸더슨의 주전장인 라이트급에 비해 10% 가량 더 무거웠다. 경기당일 태치의 체중은 90kg이 넘었을 것이다. 전적면에서도 태치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2008년 데뷔한 그는 프로 전적 2전째에 스플릿 판정에 의한 패배를 당한 이후 2013년 11월 까지 10연속 1회 피니쉬 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중 UFC에서 작성된 2연속 1회 KO승은 당시 8승 2패였던 저스틴 에즈워즈와 베테랑 파울로 티아고 (브라질 원정)에게 거둔것이었다.


그런 태치와 핸더슨이 웰터급에서 대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기기가 쉽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커뮤니티의 여론도 그랬고 현지의 도박판에서도 태치의 우세가 점쳐졌다. 스탠딩에서는 체격차가 너무 크고 태치의 공격적 성향을 핸더슨이 감당하기 힘들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며 핸더슨의 레슬링이 좋다고는 하지만 본인보다 훨씬 크고 힘이 좋은 태치를 눌러두기는 힘들거라는 예상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핸더슨은 그렇지만 모든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스탠딩에서의 스피드, 결정적인 레슬링, 그라운드에서의 압도라는 세가지가 이번 승리의 요인 이었다.


1. 스탠딩: 고속기동과 기습 그리고 상대의 습성을 노리는 계산된 옵션


스탠딩에서 핸더슨은 고속 아웃파이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화력이 좋은 상대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아웃파이팅이 최선의 선택중 하나다. 태치는 단위시간당 공격회수가 매우 높은 타입이다. 한두대 맞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서 과감하게 압박해 때려 눕히는 스타일인데, 핸더슨은 좌우스텝과 백스텝의 조합으로 태치의 압력을 계속 비껴냈다. 핸더슨의 좌-우-백스텝의 운용과 케이지에 몰렸다가 돌아서 중앙으로 나오는 움직임은 대단히 훌륭했다. 핸더슨이 단위시간당 높은 회수의 스텝을 구사하면서 태치는 단위시간당 높은 공격회수라는 본인의 장기를 발휘할 수 없었다. 압박을 스텝으로 풀어낸 현명한 운영이었다. 


핸더슨은 마치 투우사처럼 태치라는 황소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는데, 간간히 터져나온 핸더슨의 기습이 훌륭했다. 특히 라이트 바디 어퍼컷은 굉장히 독특한 공격이었다. 경기 내내 핸더슨은 라이트 바디 어퍼컷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이것은 그냥 나온 기술이 아니었다. 


태치는 스위치 스탠스를 자주 하는 선수다. 핸더슨의 태치가 오른손잡이 스탠스에서 왼손잡이 스탠스로 전환할때를 노려 라이트 바디 어퍼컷을 기습적으로 구사했다. 같은 스탠스의 선수가 싸우면 앞손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바디샷의 경우 방어가 상당히 어렵다. 태치가 오른손잡이로 서면 왼쪽 바디, 로우킥, 중심을 빼앗기 위한 쓸어차기, 오른손 훅 등을 주로 사용했다.  즉 핸더슨은 태치의 스탠스 전환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각각의 옵션을 준비했고 테치가 스탠스를 전환하는 틈을 본인이 기습을 가할 전략적 포인트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아래의 연속장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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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오른손잡이 스텐스의 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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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이 슬쩍 앞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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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스텐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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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더슨 앞발을 과감하게 내딛으며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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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세를 잘 살펴보자, 핸더슨의 얼굴이 발 앞으로 나와 있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자세이고 정석적으로는 좋지 않다. 얼굴을 상대에게 가져다 주는것과 같은 동작이기 때문이다. 현지 해설진의 브라이언 스탠도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분명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핸더슨은 위에서 설명한 바 처럼 상대가 스위치를 하는 틈을 노린다던지 스텝이 꼬였다던지 하는 허점을 찌르는 타이밍에 이 기술을 구사했다. 스피드 어드벤티지와 전략적 타이밍 운용이 맞아떨어지면서 정석 이상의 플레이가 나왔다라고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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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링을 뭉개버리는 바디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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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태치, 오른손잡이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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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로 스위치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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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반응하는 핸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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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태치가 스위치 하는 틈을 노려 바디샷을 성공시켰다.


2. 테이크다운: 클라스의 차이


스탠딩에서 그러나 핸더슨은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1라운드는 박빙, 2라운드는 오히려 태치가 우세해 보였다. 단지 라운드를 빼앗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태치의 공격이 적중 될 때 마다 핸더슨이 얼마나 더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던 상황이었다. 3라운드는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핸더슨이 꼭 가져가야했다. 그리고 핸더슨의 게임체인져가 터졌다. 핸더슨의 특기인 레슬링이었다.


1,2라운드 까지만 해도 핸더슨이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것이 무리였다. 사이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쉽게 달라붙기가 힘들었고 또 달라붙었을 때 태치의 타이 클린치에 잡히면 특기인 니킥 연타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핸더슨은 테이크다운 시도에 신중했다. 그렇지만 3라운드 1분 33초 지점, 핸더슨은 사우스포 스탠스의 태치가 던진 라이트 잽을 정확히 읽고 카운터 태클을 걸었다. 태치가 일차로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핸더슨의 태클 연속기가 이어졌다. 아래의 연속장면을 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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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의 아래로 기가막힌 저공침투 카운터 태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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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고 태치의 방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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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랙으로 전환해서 한바퀴 돌리며 흔들어 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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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블랙으로 전환하며 양손의 그립을 더 깊이 잡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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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을 맞잡은 그립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는 핸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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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더슨은 여기부터 태치를 밀어붙이며 태치를 들러올릴 듯 다리를 세우며 힘을 위쪽으로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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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치는 핸더슨의 밀어올리는 힘에 저항해 핸더슨을 찍어 누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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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치가 밀리지 않고 버티며 아래의 핸더슨을 행해 내리 누르는 힘을 한참 가하고 있을 때, 핸더슨은 슬쩍 오른다리를 스텝인 하면서 스텐스를 바꾸었고 자신의 왼쪽편을 오픈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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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무릎을 확~꿇으며 태치의 중심이 아래로 크게  쏟아지게 만드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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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치의 중심이 쏟아지고 있는 사이 핸더슨은 오픈시켜놓은 자신의 왼편으로 태치를 틀어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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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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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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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겨줍니다, 참 쉽죠?~


핸더슨의 이 테이크다운 장면은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던진다는 그래플링 무술의 공통철학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아주 좋은 예였다.


이것으로 핸더슨은 3라운드를 가져가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3라운드 테이크다운 이후 태치는 그라운드에서의 미숙함을 노출했고 바디 트라이앵글이 잠겨진채 백포지션을 내주고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 경기의 터닝 포인트는 그래서 위에서 연속장면으로 살펴본 테이크다운과 그 이후 핸더슨의 그라운드 공세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4라운드에서도 테이크다운이 결정적이었다. 이번에는 태치가 오른손잡이 스탠스에서 왼손잽을 던지다가 당한 상황으로 깨끗하고 그림같이 넘어갔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가 높았다. 


이 두번의 테이크 다운이 핸더슨에게 승기를 가져다 주었다. 경기의 급소는 바로 3, 4라운드의 테이크다운이었다. 


3. 그라운드: 클라스의 심각한 차이


승부는 그라운드에서 났다. 핸더슨은 태치를 상대로 주짓수 강습을 해준 셈이었다. 핸더슨의 주짓수는 너무 강했고 태치는 주짓수에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굳이 열거하기도 아이고 의미없을 정도로 두 선수간의 차이는 컸다. 핸더슨은 태치에게서 포지션을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빼았았다. 두번의 테이크다운 상황 모두에서 태치는 마치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 처럼 백포지션을 내주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핸더슨이 태치의 약점을 까발린 것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태치는 그라운드에서 처참하게 분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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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더슨이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있다.


4. 선수로써의 완성도


핸더슨의 체력과 정신력이 빛났다. 태치보다 훨씬 빠르게 많이 움직였고 더 큰 선수와 씨름을 하다보면 체력이 먼저 떨어질 수 있지만 핸더슨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졌다. 태치의 중단공격과 펀치들이 간간히 적중되었고 2라운드 후반부에는 다소 위험해 보일정도로 밀리기도 했지만 핸더슨은 잘 버텨냈다. 체력과 맷집 정신력, 그리고 다양한 테크닉과 레슬링-주짓수의 우위라는 종합격투기 선수로써의 완성도가 승패를 갈랐다고 총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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