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b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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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러가지 게임을 즐기지만 '스타크래프트'라고 하면 유독 묘한 느낌이 듭니다. 요즘 친구들이 모이기만 하면 롤 얘기를 꺼내는 것처럼, 우리도 그때 '스타'라는 하나의 게임으로 많은 사람들과 열정을 나누곤 했었습니다. 가끔 고사양 컴퓨터로 스1을 다시 잡아볼 때마다 후진(?) 그래픽과 약간은 아날로그적인 게임 분위기에 이끌려 가다보면 어느새 본체가 접이식 의자만한 똥컴(?)에다가 때 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기며 '스타'에 열중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뿐인가요.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되도 않는 전략이니 잡지식들을 조목조목 적어놓은 수첩이 아직도 제 책장에 꽂혀있고, 리그 직관하겠다고 고집부리다가 끝끝내는 부모님 몰래 다녀오고 호되게 야단맞은 기억도 몇 년 째 잊혀지지 않은 채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바로 그 리그입니다. 제가 스타에 관심을 가지게 해 준 최초의 것이자, 게임이라는 컨텐츠에 어지간히도 오랫동안 애정을 쏟아붓게 만든 것은 2003년 박용욱 선수와 강민 선수의 결승전 경기였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테란과 저그의 치열한 공방전 사이에서 (광빠였기 때문에) 프로토스만 죽어라 했습니다. 친구들 중에서 나름 잘하는 편이었다고도 생각합니다ㅋㅋ. 어찌됐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에 그러한 어떤 '열풍'을 만들 수 있었던 동력은 결국 리그였습니다. 프로게이머 선수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들의 우상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경기 하나에 정말로 울고 웃고, 때로는 싸우고, 비방하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이제는 정말로 스타1의 시대는 갔습니다. 리그가 중단되고, 뜨거움을 식힌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메워지지 않을것만 같았던 공백은 어김없이 더 완성도있고 훌륭한 게임들로 차츰 메워져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스타를 생각하면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가슴이 두근거려서 마치 너무나 보고싶었던 옛 친구를 만나는 느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FINAL FOUR는 제가 이런 장문의 글까지 쓰게 할 정도로 놀라운 기회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1의 추억을 아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겠습니다. 스타를 안지도 10년이 넘은 지금, 2월 5일에 다시 한번 소중히 간직해온 추억 보따리를 풀어볼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