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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조형규 기자] UFC는 냉혹한 무대다. 지난 7월 UFC의 소유주가 주파(Zuffa)사에서 WME-IMG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더 엄격하게 변했다. 이전보다 적은 투자로 더 큰 이윤을 뽑아내려는 새 소유주 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수많은 가지치기를 감행했다. 임원진을 대폭 감축했고, 더 이상 TUF(디 얼티밋 파이터, The Ultimate Fighter)의 새 시즌도 제작하지 않는다. 파이터들도 마찬가지다. 2연패만 해도 서슬 퍼런 퇴출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위기의 ‘마에스트로’ 김동현(28, 부산 팀매드)은 스스로 길을 만들었다. UFC 199라는 큰 규모의 넘버링 대회에서 언더카드에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파이터들을 제치고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Fight of the Night)’ 보너스를 받았다. 비록 마르코 폴로 레예스에게 패배했지만, 3라운드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터프한 파이팅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그에게 UFC는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2연패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경기가 잡혔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배수의 진을 친 김동현은 “지난 경기를 통해 이제 옥타곤 위에서도 연습할 때처럼 싸울 수 있다. 더 이상의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 만큼, 꼭 멋진 승리를 챙겨 돌아오겠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어느덧 2016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이지만 UFC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거의 매주 대회가 연속해서 열린다. 자연히 국내 UFC 파이터들의 일정도 촘촘하다. 곽관호를 시작으로 함서희, 김동현(B), 최두호까지 연말에만 총 네 명이 연달아 출격한다. 경기를 코앞에 둔 그들에게 각자 자신의 파이터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최고의 경기’를 세 개씩 꼽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성훈 감독이 ‘사이보그’라는 비공식 별명으로 부르곤 하는, 무뚝뚝하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마에스트로’ 김동현이 세 번째 주인공이다.
 
(편집자 주 - 해당 기사의 편집이 모두 완료된 시점에서 마침 ‘스턴건’ 김동현의 경기가 오는 12월 31일 열리는 UFC 207로 확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 남은 연말까지 곽관호-함서희-‘마에스트로’ 김동현-최두호-‘스턴건’ 김동현까지 총 다섯 명이 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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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s 정기출 (2007년 3월 11일, Spirit MC-Interleague 5)

“2007년 열렸던 스피릿 MC 인터리그5 미들급 토너먼트 대회는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의 제 시작점이었습니다. 당시 아마추어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 8명이 프로 무대에서 맞붙는 원데이 토너먼트였어요. 사실 쟁쟁한 선수들 중에서 전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마추어 전적도 볼품없었고··· 대회 자체도 어찌하다 보니 참가하게 됐는데 덜컥 우승을 해버렸죠.”
 
“당시 정기출 선수가 저랑 결승전에서 맞붙기 전까지 아마추어 전적 포함해서 전승을 달리고 있던 강자였어요. 대부분의 경기를 서브미션으로 초반에 끝내버리는 스타일이었죠. 그 부분을 경계하며 시합에 임했습니다.”
 
“첫 라운드부터 엄청 엎치락뒤치락했어요. 아무래도 서브미션이 강한 선수다 보니 그라운드에서 마운트도 깔리고 했지만 모두 다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다 보니 아무래도 제가 한참 어릴 때여서 체력이 좋았나 봐요. 그걸 바탕으로 서서히 상대를 잠식해갔습니다. 2라운드부터는 ‘이렇게만 가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큰 위기도 없었고 결국 판정으로 승리했습니다.”
 
“그땐 나이도 어렸는데 선수 커리어를 토너먼트 우승으로 시작해서 주목을 많이 받았죠.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일 토너먼트라 하루 세 경기를 뛰다 보니 로우킥을 너무 많이 맞아서··· 한 일주일 동안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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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vs 강정민 (2015년 8월 15일, TFC 8:Heart of a Champion)
 
“전역하고 난 후에도 운동은 열심히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어요. 데뷔 당시 스피릿 MC 인터리그 토너먼트 우승 외에는 제 커리어에서 타이틀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중 마침 TFC에서 기회가 찾아왔죠. 강정민 선수와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걸고 싸웠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경기를 준비하면서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한 1주일을 쉬었거든요. 덕분에 운동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합 때 강정민 선수를 맞닥뜨렸는데, 이때부터 말은 못했지만 이미 제가 이겼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았고, 제가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바로 왔죠.”
 
“1라운드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경기를 끝내고 T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어요. 챔피언이 되면서 드디어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은 느낌이었죠. 동시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여기서 이겨야만 앞으로 더 큰 무대에 나갈 수 있다’는걸 느끼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저에겐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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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vs 마르코 폴로 레예스 (2016년 6월 5일, UFC 199)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20전을 넘게 치르면서 파이터로서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경기였습니다. 레예스와 치고받고 하면서 모든 걸 불태웠죠. UFC 넘버링 대회라 굉장히 규모도 컸는데, 그런 대회에서 첫 경기였는데도 불구하고 파이트 오브 나이트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유명한 선수도 아닌데 오로지 투지와 경기 자체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시작과 동시에 압박을 강하게 걸어서 상대를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레예스도 굉장히 준비가 잘 되어있었어요. 카운터도 잘 쳐서 저도 대미지를 크게 입었죠. 경기를 보시면 1라운드에서 제가 레예스에게 엘보 공격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정신이 살짝 나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그때부터 세컨드에서 지시하는 전략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대신 몸이 가는 대로 정말 끝까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1라운드 이후에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죠.”
 
“UFC라는 꿈의 무대에 입성했지만, 사실 그전까진 약간 들떠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날 경기하면서 옥타곤 위에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긴장하지 않고 연습할 때처럼 싸울 수 있겠다는 느낌이랄까요? 어차피 힘든 거야 똑같습니다. 비록 졌지만, 그래도 이 경기 덕분에 다음 경기는 더 잘 치를 수 있겠다는 각오를 새기게 됐죠."

▶내 생애 최고의 경기들 ③ - 김동현B 편

[사진] 최웅재 작가/엠파이트/ⓒWME-IMG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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