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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항상 자신보다 큰 상대와 싸워왔다. 그래서일까? 함서희(29, 부산 팀매드)는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다니엘 테일러(26, 미국)전을 앞두고 ‘한결 마음이 놓이는 걸 떠나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했다. 

함서희는 오는 11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1에 출전한다. 상대인 다니엘 테일러는 152cm로 현 UFC 스트로급 최단신 파이터다. 하지만 방심은 없다. 강력한 피지컬과 한방 파워를 가진 테일러를 경계하면서도, 자신이 타격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지점을 충실하게 공략해 승리를 따낼 것이라고 했다.

어느덧 2016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이지만 UFC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거의 매주 대회가 연속해서 열린다. 자연히 국내 UFC 파이터들의 일정도 촘촘하다. 곽관호를 시작으로 함서희, 김동현(B), 최두호까지 연말에만 총 네 명이 연달아 출격한다. 경기를 코앞에 둔 그들에게 각자 자신의 파이터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최고의 경기’를 세 개씩 꼽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번째 순서는 대한민국 UFC 여성 1호 파이터 함서희다.

(편집자 주 - 해당 기사의 편집이 모두 완료된 시점에서 마침 ‘스턴건’ 김동현의 경기가 오는 12월 31일 열리는 UFC 207로 확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 남은 연말까지 곽관호-함서희-‘마에스트로’ 김동현-최두호-‘스턴건’ 김동현까지 총 다섯 명이 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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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s 후지 메구미 (2008년 4월 25일, Smackgirl-World ReMix 2008 Second Round)
 
“후지 메구미는 제가 격투기를 시작할 때부터 팬이었어요. 그랬던 선수를 스맥걸(Smackgirl)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만났죠. 제 우상이었던 선수가 이제는 어느덧 상대방이 되어 싸우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굉장히 뜻깊은 경기였어요.”

“처음부터 후지 메구미는 계속 태클을 시도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전 그라운드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죠?(웃음) 그런데 초반에 들어오던 태클이 전부 방어가 되더라고요. 그 순간 스스로도 ‘내가 우상으로만 생각했던 선수의 태클을 막아내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테이크다운을 잘 방어해내고 있었는데 발이 잘못 걸려서 결국 그라운드로 내려가게 됐죠.”

“사실 제가 서브미션에 걸리면 탭을 거의 안치고 버티는 편입니다. 메구미전 때도 탭을 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전 시합에서 암바에 한번 걸려서 탭을 안 쳤다가 팔이 부러진 적이 있거든요. 그 생각이 나서 결국 탭을 쳤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 저는 후지 메구미라는 선수를 굉장히 높은 산처럼 바라봤었어요. 하지만 경기 후 생각이 바뀌었죠. 비록 패하긴 했지만 시합도 해봤고, 더 노력해서 재경기를 한다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경기로 인해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가 목표로 하는 파이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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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vs 이시오카 사오리 (2014년 11월 3일, Deep-Jewels 6)

“타이틀을 딴 경기보다 오히려 마지막 방어전이었던 이 경기가 더 기억에 남아요. 이시오카 사오리와의 3차전이었고, UFC 진출이 걸려있던 경기였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딥 쥬얼스에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서브미션 승리를 따낸 경기였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네요.”

“사오리는 제가 이미 두 번이나 이긴 적이 있어요. 그런 상태에서 3차전을 치렀기 때문에 긴장감이 전혀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오죽했으면 양성훈 감독님이 ‘서희야 조금 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링에 올라가니깐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고요. 1라운드를 사오리에게 완벽하게 내줬죠.”

“1라운드에 밑에 깔려있으면서 스스로도 ‘이번 라운드는 접자, 욕심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라운드 끝나고 코너로 가서 ‘감독님, 1라운드는 망했네요. 대신 2, 3라운드는 제가 진짜 잘 하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렸죠.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웃음). 그래도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고 2라운드에 돌입했는데, 알고 보니 사오리가 절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모든 힘을 1라운드에 다 쏟아부었더라고요.”

“그동안 경기를 하면서 그라운드로 간 상황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가도 거의 대부분 깔려있기만 해서, ‘그라운드에서 이기면 어떤 느낌일까?’ 같은 일종의 궁금증이 있었죠. 사오리가 1라운드에 체력을 다 쓴 덕분에 2라운드에서 암바로 경기를 끝내고 드디어 그 쾌감을 느껴봤습니다. 아마 이 경기에서 졌더라면 UFC에 진출하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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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s 조앤 칼더우드 (2014년 12월 13일, UFC:The Ultimate Fighter 20 Finale)
 
“딥 쥬얼스 타이틀 방어전에서 이시오카 사오리를 꺾고 난 후 UFC와 계약했습니다. 데뷔전 일정까지 다 잡혔는데, 정작 상대가 누구인지 결정되지가 않았어요. 정보가 전혀 없으니 맞춤 훈련은 고사하고, 평소에 하던 식의 훈련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죠.”

“상대 선수가 TUF 20 출전자 중 한 명이 될 거라는 건 알았어요. 그때 팀에서 다같이 생각했던 게 ‘조앤 칼더우드만 아니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곤 했거든요. 당시 조앤 칼더우드가 TUF 20에서 유력한 우승자 후보로 손꼽히던 선수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경기까지 불과 9일 남은 상황에서 정말 거짓말같이 칼더우드가 상대로 확정됐어요.”

“경기가 결정된 이상 열심히 싸울 수밖에요. 열심히 치고받았습니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UFC와 계약하며 세계무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기 때문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저처럼 패배가 많은 선수들은 오히려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에서 더욱 많은 생각이 떠오르곤 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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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웅재 작가/엠파이트/ⓒ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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